작년엔 문동주-올해는 김서현, '160㎞ 괴물'의 신무기 장착 "시즌 후 동주 형처럼 바빠지고 싶어요"
2024.03.07 09:17:49

[스타뉴스 | 대전=안호근 기자]

한화 이글스 투수 김서현이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훈련을 마친 뒤 스타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시즌이 끝난 뒤 (문)동주 형처럼 많이 바빠지고 싶어요."

김서현(20·한화 이글스)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본다. 프로 첫 해 적응기를 거쳤으나 지난해 신인왕이자 국가대표 에이스로 우뚝 섰던 문동주(21)의 2년 차를 그대로 뒤따르겠다는 각오다.

2차 스프링캠프 투수 최우수선수(MVP)도 차지했다. 김서현은 6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훈련을 치른 뒤 스타뉴스와 만나 "준비한 만큼 잘 돼서 MVP를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지금 있는 그대로 조금만 더 실력을 늘려서 이번 시즌에 불펜에서 계속 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그런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2023년 한화에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계약금 5억원을 받고 입단했으나 김서현은 첫 시즌 20경기에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ERA) 7.25에 그쳤다. 시즌 초를 제외하면 대부분 퓨처스(2군)에서 시간을 보냈다.

지난달 3일 호주 빅토리아주 멜버른 볼파크에서 훈련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김서현은 "어떤 게 힘들었다기보다는 나의 한계를 느꼈고 처음 한계를 느끼다보니 방황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다. 뭘 해야 더 도움이 되는지를 몰랐기 때문에 큰 벽에 부딪혔다"고 부진의 이유를 털어놨다.

그렇게 6월까지 1군에서 보낸 50일 동안 갈피를 잡지 못했고 결국 2군으로 향했다. 시즌 도중 사령탑에 오른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에게 선발 수업을 시켰으나 그마저도 큰 효과를 보진 못했다. 8월 2번째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로는 시즌 끝까지 2군에서 시간을 보내며 새 시즌에 대비했다.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에서 김서현(왼쪽부터)의 불펜 피칭을 손혁 단장과 최원호 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지난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최원호 감독은 김서현에 대해 "캠프 기간에 지도자들이 봤을 때도 상당히 열심히 했다는 평이 있었다"며 "지난해 마무리 때부터 제구력을 잡는 데 중점을 뒀는데 그 부분이 좋아졌고 이번 스프링 캠프 때도 계속 이어졌다. 구위는 계속 좋았고 제구력이 문제였는데 그 부분이 많이 잡히면서 저 역시도 상당히 기대가 된다. 시즌 초반에는 조금 더 편안한 상황부터 출발을 할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당장의 성과가 좋았다기보다는 자신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고 안정감을 찾는 시간이었다.

김서현은 "1차 캠프가 끝나고 2차 캠프에서 두 경기 정도에 나섰는데 안타를 많이 맞고 영상을 찾아보니까 작년 같은 테일링이 많이 나오지 않았다. 코치님께 말씀드렸고 데뷔 때 영상을 봤는데 그때는 오히려 (팔이) 조금 더 낮아서 테일링이 잘 나왔던 것 같다고 말씀드렸다"며 "코치님께서 낮게 하는 대신에 밸런스는 흐트러지면 안 된다고 하셔서 지금은 작년 같은 테일링을 찾으려고 그 부분에 집중해 운동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숙제가 덜 풀렸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제구 불안 문제를 많이 해소했고 폼을 정립했다. 아직까진 완성형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제구 불안 등만 해소한다면 얼마든지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는 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체격도 커졌다. 작년 이맘 때 기준 7~8㎏가 불어났다. 더욱 묵직한 공을 뿌릴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키운다. 김서현은 "처음에는 몸이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비시즌 때 훈련을 계속하다 보니까 적응이 됐다"며 "무겁지도 않고 오히려 더 편한 느낌이다. 지금으로는 가장 좋은 몸무게라고 느껴진다. 나중에 갑자기 체력이 떨어지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이 체중을 유지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신무기도 장착했다. 볼 끝이 살아 움직이는 투심 패스트볼과 커브, 체인지업 등을 던졌는데 여기에 슬라이더를 더했다. 당초 올 시즌 막판 혹은 내년 정도부터 활용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빠르게 손에 익혔다. 김서현은 "오래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연습경기 때 써보니까 형들도, 코치님들도 괜찮다고 하셨다. 슬라이더라기보다는 커터 같이 움직이는데 오히려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에게는 커터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시범경기 때부터 많이 써볼 생각"이라고 털어놨다.


김서현(왼쪽)이 호주 멜버른 전지훈련에서 박승민 투수코치가 지켜보는 가운데 투구를 하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올해는 불펜 투수로 확실히 자리를 잡고 간다. 첫 시즌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문동주처럼 2년 차에 반등할 능력이 충분한 투수다. 최 감독은 앞서 "150㎞ 중반 공을 쏘는 투수다. 타자들 입장에선 쉽지 않다"며 "폼도 그렇게 예쁜 폼이 아니라서 오히려 그게 위협적이다. 김현수나 다른 타자들에게 물어보면 조금 무섭다고 하더라. 이런 선수가 자리를 잡아주면 좋다"고 설명했다.

목표 100탈삼진이다. 여러 가지 의미가 담긴 수치다. 김서현은 "1이닝에 2개씩 잡는다고 하면 50이닝을 던진다는 계산이 나온다"며 "이번엔 50이닝만 채워보자는 생각도 있는데 만약에 더 나가게 된다면 제가 몸을 잘 만들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작년엔 초반에 이닝 수보다 탈삼진이 많았다. 그래서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맘 때 패기 넘치던 모습은 사라졌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고 발언에도 더 조심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김서현은 "작년에는 말한 것에 비해 그렇게 보여드리지 못했다"며 "속으로는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지만 너무 목표를 크게 잡는 것보다 처음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그러다보니 조금 성숙해 보이지 않나라는 생각을 한다"고 밝혔다.

야구계에선 당돌한 선수들이 성공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만큼 실패에도 굴하지 않을 수 있는 자신감이 있어야 한계를 넘어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김서현은 "일단 잘 적응을 해야 한다"며 "그러면 그때부터 다시 당돌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1군에 오래 있지 않아서 적응을 많이는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주 같은 2년 차를 꿈꾼다. 문동주가 왜 성공할 수 있었는지도 깨달았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확실한 자신만의 루틴이 있다는 걸 확인했다. 김서현은 "작년부터 불펜에서 던져서 그것에 대한 루틴은 있었지만 일상생활에선 별로 없었다"며 "이번 연도에는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일상생활에서도 루틴을 정하면서 시즌을 치러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동주 형을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는 그는 "시즌이 끝난 뒤 동주 형처럼 바빠지고 싶다. 시상식에 많이 가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문동주(왼쪽)와 김서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