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자리도 만들었다, 왜? 한화는 전직 감독을 프런트로 영입했나
2021.12.10 15:16:15

 

한화 손혁 코디네이터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한화가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라는 보직을 신설했다. 손혁(48) 전 키움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한화는 지난 9일 손혁 전 감독을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지난 2015~2016년 넥센(현 키움), 2018~2019년 SK(현 SSG) 투수코치를 거쳐 2020년 키움 감독까지 맡았던 손혁 코디네이터는 현장 대신 프런트로 새출발한다. 강연 등 개인 일정이 마무리되는 대로 대전 사무실에 출근할 예정이다. 

전력 강화 코디네이터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한 생소한 보직. 메이저리그로 치면 ‘팜 디렉터’에 가까운 역할로 볼 수 있다. 메이저리그는 크게 단장, 스카우팅 디렉터, 팜 디렉터 중심으로 팀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 구단의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단장과 유망주 선발을 책임지는 스카우팅 디렉터는 KBO리그에서도 권한과 책임이 크다. 

다만 구단 차원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을 이끄는 팜 디렉터의 존재는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메이저리그는 마이너리그 모든 팀들을 총괄하며 선수 기량을 지속 체크하고, 단계별로 콜업 시기를 결정하는 팜 디렉터가 요직으로 인정받는다. 내셔널리그 올해의 감독상을 받은 게이브 캐플러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감독도 LA 다저스의 팜 디렉터 출신이다. 

오랜 기간 세대 교체 실패로 10년 넘게 암흑기가 이어진 한화는 지난해 이맘때 시작된 박찬혁 대표이사 체제에서 스카우트 및 육성 분야 강화에 집중했다. FA 영입 같은 단기 전력 강화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시스템 구축에 힘을 쓰고 있다. 올해 정민철 단장 직속으로 스카우트팀을 재편한 뒤 최신 장비에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드래프트에서 수준급 유망주들을 두루 확보했다. 

 

한화 손혁 코디네이터 /OSEN DB



여기에 1군 감독 출신 손혁 코디네이터를 데려와 육성 체계에도 큰 기둥을 세웠다. 현장과 함께 프런트 전문화에 공들이고 있는 박찬혁 대표이사가 영입을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없는 자리를 만들어 감독 출신 인사를 데려올 만큼 힘을 썼다. 정민철 단장을 보좌해 1~2군 전반적인 팀 운영에 의견을 내면서 선수 분석과 장기 육성 방향을 잡는 길라잡이 역할을 한다. 

프런트 업무는 처음이지만 손혁 코디네이터는 페이퍼 워크에 능하다. 투수 출신으로 투구 관련 저서를 두 권 출간했다. 현장 지도뿐만 아니라 해설과 칼럼니스트로 일해 데이터 분석 이해도가 높고, 미국 저명 투구 이론가 톰 하우스 아카데미에서 코칭 및 재활 트레이닝 교육도 받았다. 

지난해 키움 감독에서 물러난 뒤 올해 미국에 개인 연수를 다녀오기도 했다. 미국에도 야구 관련 네트워크를 구축해놓고 있어 구단이 보폭을 넓히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를 받는다. 

손혁 코디네이터는 정민철 단장, 최원호 퓨처스 감독과도 동기로 오랜 기간 서로 잘 알고 있는 사이. 최원호 감독과는 사촌 동서지간이기도 하다. 끈끈한 신뢰 관계 속에서 한화 육성 시스템 확립을 위해 힘을 모은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