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거짓말쟁이 만든 오승환 투혼 "4연투한 적 있습니다"
2020.10.19 19:28:36
[OSEN=잠실, 조은정 기자] 9회말 마운드에 오른 삼성 오승환이 공을 뿌리고 있다. /cej@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3연투했으니 오늘은 쉽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18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전날(17일) 더블헤더 1~2차전에 모두 등판한 오승환(38)에게 휴식을 선언했다. 그 전날(16일)부터 오승환과 같이 이틀간 3경기에 나선 이승현까지 휴식을 주기로 했다. 시즌 초부터 선수들을 무리시키지 않고 관리해온 허삼영 감독 기조상 당연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휴식이라던 오승환은 이날도 마운드에 올랐다. 삼성이 5-4로 리드한 9회말 마지막 이닝에 깜짝 등장한 것이다. 송광민과 이해창을 연속 헛스윙 삼진 처리한 오승환은 오선진을 유격수 땅볼 유도하며 삼자범퇴로 1점차 승리를 완성했다. 한화와의 4연전 모두 나서 3세이브를 따내며 3⅔이닝 53구를 던졌다. 

오승환의 강력한 등판 의지가 허삼영 감독을 졸지에 거짓말쟁이로 만들었다. 경기 후 오승환은 “코치님이 오늘 휴식일이라고 알려줬지만 ‘상황이 되면 준비를 하겠다’고 말씀드렸다. 4경기 연속 등판이지만 3일 동안 등판한 것이라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몸 상태가 충분히 좋은 만큼 문제가 없다”고 등판 이유를 설명했다. 

3일간 4경기 연투였지만 오승환의 투구는 위력적이었다. 최고 147km 직구(5개)보다 슬라이더(8개) 커브(2개) 등 변화구를 더 많이 던지며 타이밍을 빼앗았다. 물론 힘으로 승부할 때는 힘으로 들어갔다. 1사 후 노시환에겐 초구 슬라이더 이후 3연속 직구를 던져 헛스윙을 끌어냈다. 10월 11경기 11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 시즌 세이브 숫자를 18개로 늘린 오승환은 평균자책점도 2.54로 낮춰 전성기 ‘끝판왕’ 면모를 되찾았다. 

[OSEN=고척, 지형준 기자]경기를 마치고 삼성 오승환, 강민호가 승리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jpnews@osen.co.kr

오승환은 “이전에도 4연투를 한 적이 있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일본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 시절이었던 2014 정규시즌 마지막 5경기부터 포스트시즌 첫 7경기까지 12경기를 빠지지 않고 연속 등판하기도 했다. 그해 10월15~18일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클라이맥스시리즈 파이널 스테이지 1~4차전은 휴식일 없는 4연투. 포스트시즌 시작 이후 첫 8일 동안 6경기에서 8⅓이닝 126개를 던져 일본에서도 혹사 우려가 있었다. 

KBO리그 삼성에서도 4연투 경험이 몇 번 있다. 2011년 8월2~5일 4일 연속 등판해 모두 무실점 세이브를 올렸고, 2012년 10월1~4일도 4일 연속 투입돼 무실점 쾌투를 펼쳤다. 이런 경험이 있는 오승환에게 있어 3일간 4경기 연속 등판은 크게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만 38세로 불혹을 바라보는 나이. 회복력이 예전 같을 수 없다. 게다가 과거와 달리 삼성은 8위로 처져 순위 싸움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이렇게 무리할 필요가 있을까 싶지만 팀을 위한 오승환의 의지는 누구도 말릴 수 없었다. 허삼영 감독은 “4경기 연속 잘 막아준 오승환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며 투혼을 발휘한 노장에게 경의를 표했다. /waw@osen.co.kr
 
 
[OSEN=잠실, 지형준 기자]경기를 마치고 삼성 오승환이 허삼영 감독과 승리르 기뻐하고 있다.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