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11연패 당한 날, 홀로 남아 '야간 특타' 실시한 베테랑 타자.txt
2020.06.05 07:37:50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한화가 충격의 11연패를 당한 4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 밤 9시24분에 경기가 끝난 뒤 10여분의 시간이 흘러 한 선수가 텅 빈 그라운드에 홀로 나왔다. 야구공이 가득 담긴 노란 박스를 손수레 끌며 한 손에는 배트를 쥐었다. 한화 거포 이성열(35)이었다. 

4일 대전 키움전이 끝난 후 이성열은 야구장을 떠나지 않고 홀로 남아 야간 특타에 나섰다. 1루 덕아웃 앞에서 스태프의 도움을 받아 토스 배팅을 이어나갔다. 적막한 그라운드에는 묵묵히 배팅 훈련 중인 이성열의 타구음밖에 들리지 않았다. 이성열에게는 잠 못 이루는 밤이었다.

이날 4번 지명타자로 나온 이성열은 4타수 무안타 2삼진 1병살로 침묵했다. 4회 무사 1,3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치며 추격 흐름을 끊었다. 6회 1사 1,3루에선 8구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해 또 한 번 기회를 날렸다. 이성열은 덕아웃 안에서 타이밍 맞추는 동작을 반복하며 스윙 연습을 했지만 8회 마지막 타석에도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화는 타선 침체 속에 수비까지 흔들리며 키움에 3-7로 졌다. 지난달 23일 창원 NC전부터 시작된 연패가 ’11’로 불어났다. 리그에서 가장 먼저 20패(7승)를 당했고, 순위는 10위 꼴찌로 내려앉았다. 11연패 기간 내내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반등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화의 11연패와 깊은 타선 침체는 ‘4번타자’ 이성열의 부진과 궤를 같이 한다. 이성열은 올 시즌 27경기에서 타율 2할3푼3리 24안타 2홈런 13타점 4볼넷 26삼진 OPS .586으로 부진하다. 최근 10경기 성적은 34타수 7안타 타율 2할6리.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와 2년 최대 14억원에 FA 재계약을 체결한 이성열로선 팀 부진에 책임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당장 팀에 이성열을 대체할 만한 선수도 마땅치 않다. 장타가 부족한 한화 팀 타선 구성상 이성열의 한 방이 절실하다. 이성열은 지난 2015년 한화 이적 후 올해까지 최근 6년간 팀 내 최다 97개의 홈런을 기록 중이다. 

한화 한용덕 감독은 “결국 살아날 선수들이 살아나야 한다”며 기존 베테랑 주전 선수들에게 믿음을 거두지 않고 있다. 답답한 마음에 야간 특타까지 나선 이성열이 침묵을 깰 수 있을까. 그의 방망이에 한화의 지긋지긋한 연패 탈출이 달렸다. /waw@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