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면 그 조건 힘들 것" 양현종이 현실로 마주한 전임 단장의 예언.txt
2021.12.21 10:30:55


[OSEN=광주, 이선호 기자] "돌아오면 그 조건 다시 받기 힘들 것이다".

지난 2월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이 두 번이나 협상 데드라인을 넘기며 텍사스 레인저스와 스플릿 계약을 하자 가장 허무했던 쪽은 KIA 타이거즈였다. 

양현종이 메이저리그 로스터를 보장하는 계약이 아니면 가지 않겠다고 공언했고, 오퍼는 오지 않았다. 구단은 KIA에 잔류할 것으로 내심 큰 기대를 했다. 양현종측과 FA 협상도 따로 벌일 정도였다. 

코로나19 시국인지라 양현종이 남을 가능성이 높아지자 다른 FA 선수들을 잡을 수도 없었다. 그런데 2월을 넘어 고민을 거듭하던 양현종의 선택은 미국행이었다. 메이저리그 보장 계약도 아닌 스플릿 계약으로 모험에 나섰다. 

당시 KIA는 양현종과 FA 협상에서 상당한 규모의 베팅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KIA는 구체적인 액수는 밝히지 않았지만 "마음을 잡기 위해 많이 준비했다"고 언급했다.

즉, 100억 원 안팎의 조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물론 보장금액이 훨씬 비중이 컸다. 2017~2020년 1차 FA 시기에 벌어들인 수준이다. 

양현종은 KIA가 제시한 조건을 고민했을 것이다. 그러나 최종 고사하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만큼 자신의 꿈을 향한 순수한 도전 의지가 강했다. 마이너 계약도 불사할 정도로 그에게는 미국행이 절박했다. 

당시 양현종과 FA 협상을 벌였던 조계현 전 단장은 "나도 야구선수 출신이다. 큰 곳에서 뛰고 싶어하는 마음을 잘 알고 있다. 선택을 존중한다.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응원했다. 

그러나 속은 복잡했다. 전력 약화가 불보듯 뻔했다. 양현종도 잡지 못했고, 타이밍을 놓쳐 다른 FA 보강도 물건너갔다. 커다란 전력손실을 입은 채로 2021시즌을 준비하는 어려움이 생겼다. 

양현종도 떠나면서 감수해야할 지점이 있었다. 제시한 조건의 효력이 사라지는 것이었다. 조 전 단장은 당시 "우리는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잡으려고 했다. (제시한 금액을 그룹에서) 허락받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돌아온다면 나이도 있고, 앞으로 그 조건을 제시 받기는 힘들 것이다"고 뼈있는 말을 했다. 

굳은 신념으로 미국행 비행기에 오른 양현종은 메이저리그 무대에 오르는데 성공했지만 1승도 거두지 못한 채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감했고 국내 복귀를 선언했다. 현재 친정 KIA와 F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제시받은 조건은 지난 2월의 조건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어 보인다.

전체 규모는 100억 원이 넘지만 보장액은 50억 원 수준이다. 나머지는 실적을 올려야 받을 수 있는 옵션이다. 양현종측은 보장금액에 실망해 일단 거부했다. 22일 다시 만날 예정이다.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떠난 전임 단장의 예언은 현실이었다. /sunn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