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책은 양보-속전속결' KIA-양현종, 지나고 나면 아무 것도 아니다
2021.12.17 10:51:25

 

양현종./사진=KIA 타이거즈

 

"다른 무엇보다 양현종이 최우선이다."

KIA 타이거즈는 지난 10월 양현종(33)이 미국에서 돌아온 이후 입장을 단 한 번도 바꾸지 않았다. 하지만 저 말을 현실로 만들 행동이 뒤따르지 않으면서 오히려 족쇄가 되고 말았다.

최근 KBO리그 스토브리그는 KIA와 양현종의 협상 과정으로 연일 뜨겁다. 서로를 원하고 있고 11월 무렵부터 실무진 선에서 조건을 꾸준히 주고받고 있었기에 쉽게 마무리될 줄 알았던 일이었다.

하지만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되자 삐걱댔다. 보장액을 두고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주 장정석(48) KIA 단장과 양현종의 에이전트가 직접 만났을 때부터 의견 차는 상당했다. 양현종의 에이전트가 '14일 협상' 하루 전 "KIA 쪽에서 파격적으로 결정해주시면 결론이 날 것"이라고 남긴 말은 괜한 것이 아니었다.

14일 협상에서도 보장액은 별반 다르지 않았고 결국 선수에게서 서운하다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었다. 협상이 지지부진해지면서 난처해진 것은 KIA다.

KIA는 양현종과 별개로 외야 FA 보강을 일찌감치 천명했었다. 그리고 야구계에는 KIA가 외야 FA 최대어 나성범(32)과 6년 계약에 합의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럼에도 KIA는 "양현종과 계약이 최우선"이라는 입장을 유지했고, 자연스레 KIA가 양현종과 나성범의 계약을 연달아 발표한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14일 협상이 실패한 시점부터 "양현종이 최우선"이라는 KIA의 말은 자충수가 됐다. 양현종과 협상이 중단되면서 속전속결로 해결해야 할 외야 FA 영입은 뒷전이 됐다. 이미 계약이 성사됐지만, 발표가 되지 않은 선수가 있다면 그것대로 그 선수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양현종./사진=KIA 타이거즈


KIA는 프랜차이즈 스타를 대우한다는 취지에서 내건 방침이었겠지만, 양현종과 협상 과정이 어려워질 경우의 수도 염두에 뒀어야 한다. 만약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다면 안일했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

양현종이 귀국 시점부터 KIA만 바라본 것은 사실이나, 실제 협상은 그렇게 낭만적이지 않다. 선수의 나이가 내년이면 만 34세,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성적이 안 좋았던 것을 생각하면 더욱더 그렇다. 당장 KIA도 양현종에게 보장액보다 옵션이 더 큰 계약을 제시하면서 '낭만'보단 '현실','감성'보단 '합리'를 내세웠다.

프랜차이즈 스타 대우는 꼭 순서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구단과 선수의 진실한 소통이다. 충분한 대화가 선행됐다면 영입 순서쯤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언제 어느 시점이든 돌아온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프랜차이즈 스타다.

2주 전으로 돌아가 잡음 없는 복귀가 만들어졌다면 좋았겠지만, 이미 물은 엎질러졌다. 각각 내뱉은 말 한마디로 인해 양측 모두 필요 이상의 비난을 받았고 상처를 입었다.

그러나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구단은 그저 프랜차이즈 대우를 해주고 싶었을 뿐이고, 선수는 생각과 다른 대우에 섭섭했을 수도 있다. 팬들의 거센 반응 역시 그만큼 KIA와 양현종의 재결합에 기대가 컸다는 것을 나타낸다. 지금까지 논란은 지나고 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KIA는 지난 14일 협상에서 수정안을 제시했다. 양현종은 그 수정안을 두고 장고의 시간에 들어갔다. 해결책은 양보와 속전속결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굳건하다면 조금의 양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어차피 잡을 것이라면, 또 어차피 남을 것이라면 잡음이 많았던 협상은 오래 끌지 않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