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타자도 10수한 명전... '내로남불 약물 DH'는 첫 턴 입성?
2021.12.17 02:14:37

데이비드 오티즈./AFPBBNews=뉴스1

 

메이저리그(MLB) 명예의 전당 투표 공개가 시작된 가운데 유독 한 후보의 놀라운 득표율이 팬들의 시선을 끌고 있다.

2022년 메이저리그 명예의 전당 득표를 집계하는 '2022 BBHOF 트래커'에 따르면 16일(한국시간) 데이비드 오티즈(46)는 공개된 26표 중 20표를 받아 득표율 76.9%를 기록 중이다.

이제 겨우 6.6%의 표만 공개돼 크게 의미는 없다. 하지만 MVP 수상 경력 하나 없는 그가 MVP 7회 수상의 배리 본즈(57), 사이영상 7회 수상의 로저 클레멘스(59)에 고작 한 표 뒤져 있는 상황은 확실히 놀랍다.

본즈와 클레멘스의 금지 약물 복용 논란도 오티즈는 할 말 없다. 오티즈 역시 2003년 메이저리그가 비공개로 실시한 약물 검사에서 양성반응을 보였던 금지 약물 복용자다. 더욱이 이 사실이 밝혀지기 전 알렉스 로드리게스(46) 등 금지 약물 복용 선수들에게 비난을 했던 전력이 있어 미국에서도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캐릭터라는 비난을 받는다.

약물을 논외로 해도 그가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성적을 거뒀는지는 의문이다. 오티즈는 통산 타율 0.286, 2472안타 541홈런 1768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931을 기록했다. 통산 OPS 0.931이라는 훌륭한 비율 성적에 메이저리그 역대 17번째로 많은 홈런을 때린 거포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MVP 한 번 수상한 적 없는 지명타자라는 점이다. 통산 2408경기 중 1루수로 출전한 적은 고작 278경기인 전업 지명타자였다. 개인 수상 실적도 실버슬러거 7회를 제외하면 포스트시즌 성과에 몰려있다.


에드가 마르티네즈(왼쪽)./AFPBBNews=뉴스1


에드가 마르티네즈(58)조차 수비를 하지 않았던 이유로 마지막 기회인 10수 끝에 겨우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던 것을 떠올린다면 이 또한 내로남불이 아닐 수 없다. 마르티네즈는 통산 타율 0.312, 309홈런 1261타점, OPS 0.933으로 메이저리그 역사상 최고의 지명타자 중 하나로 불렸다. 또한 금지 약물 복용자들이 판치던 시대에 약물 논란 없이 깨끗한 '청정타자'인 점도 높이 평가받고 있다.

그러나 오티즈는 약물과 지명타자라는 두 가지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마르티네즈보다 앞서 명예의 전당 입성할 분위기다. 현지 기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의 기자 6명은 16일 "오티즈가 명예의 전당 첫 턴에 입성할 지명타자인가?"를 주제로 얘기를 나눴다.

보스턴 담당 기자는 물론이고 다른 5명의 기자 모두 오티즈의 명예의 전당 입성에 호의적이었다. 대표적으로 마크 파인샌드 기자는 "오티즈가 계속 뛰었으면 600홈런도 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오티즈가 오기 전 85년간 보스턴의 월드시리즈 반지 수는 0개였지만, 그가 온 뒤 3개가 됐다"라면서 포스트시즌 활약을 평가에 넣었다.

오티즈의 포스트시즌 활약은 통산 85경기에 나와 타율 0.289, 17홈런 61타점, OPS 0.947로 대단하긴 했다. 보스턴을 오랜 기간 발목 잡았던 밤비노의 저주를 깼고, 월드시리즈 우승 3번을 이끌었다. 특히 보스턴 포스트시즌 역사상 가장 결정적인 장면인 뉴욕 양키스와 2004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 세인트루이스와 2013년 월드시리즈에서 MVP를 수상했다.

하지만 그동안 명예의 전당 평가에서 포스트시즌 활약은 부가적이었다는 것을 떠올려보면 오티즈를 향한 시선이 관대하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