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100억 클럽'은 전부 타자, 차우찬 '95억'은 언제 깨질까?
2021.12.15 18:01:31

 

 

차우찬 /OSEN DB



[OSEN=이상학 기자] 투수 FA 100억원은 언제 나올까. 

KBO리그 FA 시장에서 3년 만에 100억짜리 선수가 나왔다. 지난 14일 외야수 박건우가 NC와 6년 100억원에 계약하며 역대 6번째 주인공이 됐다. 

박건우에 앞서 2016년 12월 KIA 최형우(4년 100억원), 2017년 1월 롯데 이대호(4년 150억원), 2017년 12월 LG 김현수(4년 115억원), 2018년 12월 SK 최정(6년 106억원), NC 양의지(4년 125억원)가 100억원 이상을 넘긴 바 있다. KIA와 6년 150억원 수준의 계약 합의를 이룬 나성범도 100억 클럽 가입을 예약했다. 나성범까지 7명의 선수 전부 타자들로 외야수 4명, 내야수 2명, 포수 1명이다. 

투수는 아직 100억원을 넘긴 선수가 없다. 지난 2016년 12월 LG와 4년 95억원에 계약한 차우찬이 역대 투수 최고액으로 6년째 깨지지 않고 있다. 야구에선 타자보다 투수 가치가 높게 평가되지만 FA 시장에선 관계가 역전된 지 오래 됐다. 

타자에 비해 투수 FA는 리스크가 크다. 투수의 팔꿈치와 어깨는 소모품으로 인식된다. 포지션 특성상 나이 영향을 많이 받는다. 빨라야 20대 후반 FA가 되는데 20대 초중반 전성기를 지난 시점이다. 계약 후 2~3년 내로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할 팀이 아니면 투수에게 100억원 거액을 선뜻 꺼내기 어렵다. 

역대 투수 FA 최고의 성공 사례로는 장원준(두산)이 있다. 지난 2014년 11월 두산과 4년 84억원에 FA 계약한 그는 2015~2016년 두산의 통합 우승을 이끌었다. 2017년까지 3년간 주축 선발로 활약했으나 그 이후 크고 작은 부상으로 에이징 커브가 시작됐다. 두 번이나 우승했으니 성공한 계약이지만 3년째 부진이 이어지고 있는 장원준의 부활은 요원해지고 있다. 

 

윤석민 /OSEN DB



차우찬에 이어 투수 FA 역대 2위에 해당하는 윤석민(은퇴)은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2015년 3월 KIA와 4년 90억원에 계약하며 미국에서 돌아온 윤석민은 계약 첫 해 마무리로 30세이브를 올렸지만 이후 어깨 부상으로 풀타임 시즌을 나지 못했다. 계약 기간 대부분을 재활하느라 시간을 보냈다. 95경기에서 141이닝을 던지며 3승16패42세이브6홀드 평균자책점 4.09에 그쳤다. 

타자들은 2차 FA로도 성공한 케이스가 많지만 투수는 2차 FA에서 대부분 찬밥 대우를 받았다. 예외가 있다면 정우람(한화)이었지만 그도 2차 FA에선 고전 중이다. 1차 FA 때 한화와 4년 84억원에 계약하며 역대 불펜 최고 대우를 받은 정우람은 모범생으로 활약했다. 2차 FA 투수 역대 최고 4년 39억원으로 한화에 남았지만 계약 후 하락세가 시작됐고, 올해는 마무리 자리까지 내놓았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FA 투수 양현종과 친정팀 KIA의 협상 줄다리기도 이런 투수 FA의 경향성에 기인한다. 계약 기간 4년은 이견이 없지만 보장 금액과 옵션 비중을 놓고 시각 차이를 보이고 있다. KIA는 50억원 수준의 보장액을 제시했으나 옵션 비중이 보장액만큼 크다. 

양현종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지만 구단 입장도 이해할 만하다. 내년이면 만 34세가 되는 양현종의 나이를 감안하면 안전장치를 마련해둬야 한다. 윤석민 실패의 아픔을 또 반복할 수 없다. 다만 KIA에 상징성이 워낙 큰 선수라 투수 FA 최초 총액 100억원 계약의 주인공은 양현종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분위기다. /waw@osen.co.kr

양현종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