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wRC+ 평균 이하 FA가 60억…시장 과열인가 수비가치 상승인가?
2021.12.14 19:11:28

박해민. /LG 트윈스 제공


[OSEN=조형래 기자] 리그 평균 이하의 스탯을 기록한 선수가 거액의 FA 계약을 체결했다. 대신 수비력은 출중하다.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는 것인지, 아니면 수비력의 가치를 좀 더 인정하기로 한 것인지 의문이 되는 상황이 됐다.

FA 시장이 본격적으로 달아오를 분위기다. LG는 14일 FA 외야수 박해민과 4년 총액 60억 원의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깜짝 영입이다. 계약 내용을 살펴보면 계약금 32억 원, 연봉 24억 원, 인센티브 4억 원이다. 보장 금액만 56억 원이다.

박해민은 2013년부터 삼성에서  9시즌 동안 1096경기에 출장하여 타율 2할8푼6리, 1144안타, 318도루, 42홈런, 706득점, 414타점을 기록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 연속 도루 1위를 기록했고 2015년은 시즌 6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또한 넓은 수비 범위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중견수로 평가 받고 있다.

차명석 단장은 계약 직후 “감독님이 공수주 되는 박해민을 상당히 원했다. 근성 있는 선수가 팀에 필요하다고 했다. 리그 최고 수비력과 함께 공수주에서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박해민이면 최강 테이블세터로 좋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최재훈이 한화와 5년 54억 원에 계약을 체결한 뒤 20일 가까이 잠잠했던 FA 시장은 이제 활기를 띄게 됐다. 박해민의 뒤를 이어 곧장 박건우가 NC와 6년 총액 100억 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이제 순차적으로 올해 대어급 시장을 형성했던 외야수들이 하나둘 씩 행선지를 정할 전망이다.

박건우가 100억 원에 계약을 맺었고 나성범은 150억 원에 달하는 초대형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예상이 팽배한 가운데 공격보다는 수비과 주루에 중점을 둔 선수인 박해민까지 60억 원이라는 대형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비슷한 유형의 중견수 정수빈이 두산과 6년 56억 원 계약을 맺은 바 있다. 당시 정수빈의 계약 조건을 살펴보면 계약금 16억 원, 연봉 36억 원, 인센티브 4억 원이었다. 박해민과 비교하면 평균 연봉 6억 원, 인센티브 4억 원 등의 조건은 같고 계약 기간과 계약금에서 차이가 있었다. 박해민의 계약이 정수빈을 바로미터로 이뤄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두산 정수빈 /OSEN DB

 

다만, 수비보다는 공격의 가치에 좀 더 집중했던 과거의 FA 양상과는 달리, 박해민을 비롯한 정수빈은 공격에서 강점을 보이는 선수들은 아니었다. 비교적 주목도는 덜했지만 예상치를 웃도는 금액이 시장가로 책정이 됐다.

기록통계사이트 ‘스탯티즈’에 의하면 정수빈과 박해민은 조정득점생산력(wRC+)은 높지 않았다. 타자의 득점 생산력을 리그 평균과 파크팩터를 기반으로 만든 세이버매트릭스 기록인데 수치상 100이 평균이다. 이 기록으로 선수의 모든 가치를 평가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타격 생산력에 관해서는 신뢰도가 높은 기록이고 평균 이하의 선수였다.

정수빈의 통산 wRC+가 91.5에 불과하다. FA 직전 시즌 139경기 타율 2할9푼6리 5홈런 58타점 15도루 83득점 OPS .757을 기록했다. wRC+는 102.9를 기록했다. 100경기 이상 출장 시즌 가운데서는 2010년(105.5) 이후 두 번째로 높은 수치였다.

박해민의 기록도 정수빈과 대동소이하다. 통산 wRC+는 92.1이다. 올해 127경기 타율 2할9푼1리 5홈런 54타점 36도루 78득점 OPS .759를 기록했고 wRC+는 110.6이었다. 올해 훌륭한 성적을 기록했지만 평균보다 조금 더 나은 수준이었고 커리어를 통틀어서는 평균을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이들의 타격 생산력이 평균보다 못 미치지만 어쨌든 대형 계약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금액을 받았다. 100억이라는 금액이 우습게 나오는 시점에서 시장이 과열됐다고 볼 수 있다. 박건우가 6년 100억 원을 받았지만 4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4년 67억 원 정도다. 박해민과 액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박건우의 통산 wRC+는 134.1이다.

시장 가치는 상대적으로 형성된다. 박해민을 능가하는 통산 wRC+ 기록을 가진 김현수(143.8), 김재환(148.2), 손아섭(133.1)의 협상은 최소 60억부터 시작될 것이 당연하다.

다만, 다른 시점으로 보면 더 이상 FA 선수의 가치를 타격으로만 매기지 않는다는 얘기로 풀이할 수 있다. 정수빈과 박해민 모두 외야 수비와 주루 만큼은 KBO리그에서 최정상급이다. 공격 루트의 다변화를 안겨주고 홈런 이상으로 값진 호수비로 1점을 막아낼 수 있는 역량을 가졌다. 아직 신뢰도 있는 수준의 스탯이 국내에는 없지만 수비 스탯이 생긴다면 이들은 언제나 최상위권에 위치할 것이다. 이들의 수비적인 가치가 FA 가치 산정에 반영이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또한 잠실구장은 외야수의 송구 능력보다는 수비 범위와 타구 판단 능력이 중요하다. 어깨가 강하지는 않지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박해민의 수비 범위 등 수비적 역량을 극대화해서 전력에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볼 수 있다. /jhrae@osen.co.kr


박해민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