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을 '살린' 남자, PS에선 '구멍'... 감독 믿음도 무너졌다
2021.11.15 14:13:14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회초 1사 2,3루에서 삼진을 당한 후 고개를 숙이고 있는 두산 양석환(왼쪽). /사진=뉴스1

 

"올해는 양석환이 살려주네."

김태룡(62) 두산 베어스 단장이 정규시즌 종료 후 농담처럼 남긴 말이다. 흐뭇함이 묻어났다. 그러나 포스트시즌은 아니다. 1할대 타율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도 침묵했다. '구멍'이 따로 없다. 믿음을 보였던 김태형(54) 감독의 생각도 변하고 있다.

양석환은 14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4타수 무안타 4삼진에 그쳤다. 팀의 2-4 패배에 가장 큰 지분이 있는 선수라 할 수 있다.

2회 무사 1루에서 삼진을 당하며 시작했다. 4회초에는 1사 2,3루 찬스에서 삼진을 먹었다. 귀중한 선취점 찬스를 허공에 날렸다. 6회초에는 1사 1루에서 삼진으로 돌아섰고, 9회초에는 선두타자로 나서 경기 네 번째 삼진을 기록했다.

4번 김재환이 2안타를 치며 좋았는데 5번 양석환 쪽에서 번번이 흐름이 끊겼다. 중심타선의 엇박자. 두산에게 치명타였다. 승승장구하며 한국시리즈까지 왔는데 마지막 무대에서 꼬인다.

이날만 안 좋았던 것이 아니다. 양석환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36타수 7안타, 타율 0.194에 그치고 있다. 볼넷은 단 하나도 없으며, 삼진만 10개를 당했다.

타율은 전 경기 선발로 나선 타자 가운데 가장 낮다. 양석환 밑에는 타율 0.167의 박계범 밖에 없다. 박계범은 선발로 5경기, 교체로 2경기에 출전했다.

심지어 이 타율 0.194에도 허점이 있다. 키움과 와일드카드 2차전에서 5타수 3안타를 친 것을 빼면, 타율은 0.129까지 떨어진다. 홈런 없이 장타도 2루타 1개가 전부다.

한국시리즈를 앞두고 김태형 감독은 "(양)석환이가 볼카운트 0-2까지 쉽게 뺏기는 경향이 있다. 그래도 5번에 양석환이 있는 것이 상대에게는 만만치 않은 부분이 된다. 무게감이 다르다"며 신뢰를 보였다. '한 방'이 있는 타자는 어느 팀이나 껄끄러운 법이다.

그러나 한국시리즈 1차전까지 부진이 이어지자 생각이 변했다. 패배 후 "(김)재환이가 감이 괜찮은데 뒤에 양석환이 오늘 같은 밸런스면 고민이 된다. 타격코치와 이야기를 해봐야 할 것 같다. 지금의 타이밍으로는 생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규시즌에서 양석환은 133경기에 나서 타율 0.273, 28홈런 96타점, 출루율 0.337, 장타율 0.490, OPS 0.827을 찍었다. 단연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양석환이 이 정도 성적을 낼 것이라 예상한 이는 없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양석환은 스스로의 힘으로 두산의 트레이드 성공 사례를 만들었다. 양석환 덕분에 정규리그 4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포스트시즌 부진이 정규시즌의 활약을 희석시키는 모양새다.

개인적으로 성공적인 시즌 마무리를 위해서라도, 두산의 2021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서라도 양석환의 활약은 필수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두산을 살렸다가 다시 무너뜨린 선수가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