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떠난 트레이드→인생 역전, 주전 밀려난 1루수&2루수 ‘새옹지마’
2021.11.14 09:50:05

5월 17일 SSG전, 두산 강승호가 좌월 투런 홈런을 때리고 김태형 감독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OSEN DB


[OSEN=한용섭 기자] 2018년 3월 24일 KBO리그 개막전 LG 트윈스-NC 다이노스의 경기. 양석환은 2번 1루수, 강승호는 7번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두 선수가 입고 있던 유니폼은 LG 트윈스였다.

4년이 지난 2021년 11월 14일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의 1루수는 양석환, 2루수는 강승호가 출장을 앞두고 있다. 양석환과 강승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플레이오프까지 두산이 치른 7경기 모두 1루수와 2루수로 선발 출장했다.

LG에서 주전 자리를 잡지 못해 트레이드가 만든 인생 역전이다. 강승호와 양석환은 2018시즌 개막전에 나란히 LG 유니폼을 입었지만, 강승호가 먼저 LG를 떠났다.

2018시즌 7월말 트레이드 마감일에 LG는 SK(현 SSG)와 트레이드를 했다. 강승호를 내주고 투수 문광은을 영입하는 트레이드였다. 당시 강승호는 5월 1일까지 주전 2루수로 뛰었으나 1할대 타율로 부진하면서 2군으로 내려갔다. 주전 경쟁에서 밀려났다. 불펜 보강을 위해 군 제대 젊은 야수를 트레이드 카드로 썼다.

이후 대반전이 일어났다. 5월 이후 줄곧 2군에 있던 강승호는 SK 유니폼을 입고 그 해 가을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뛰었다. 강승호는 SK 주전 선수로 뛰며 한국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2013년 프로에 입단한 강승호는 트레이드 3개월 만에 데뷔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그 해 LG는 5강에도 들지 못했다.   

2019시즌 초반 음주 운전 사고를 저지른 강승호는 출장 정지 징계, 임의 탈퇴로 인해 2년 가까이 그라운드를 떠나야 했다. 지난 겨울 두산은 SSG로 FA 이적한 최주환의 보상 선수로 강승호를 찍었다. 아직 출장 정지 징계 중이었지만, 더 먼 미래를 보고 비난을 감수하고 결정했다.

강승호는 올 시즌 5월초 2년 만에 KBO리그에 출장했고 정규시즌 113경기 타율 2할3푼9리 7홈런 37타점 OPS .676을 기록했다. 부진한 편이었지만 후반기, 10월에 타격감이 상승세였다.

강승호는 삼성과 플레이오프에서 1차전 2안타 2타점, 2차전 3안타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올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27타수 10안타, 타율 3할7리의 고타율과 7타점을 기록 중이다. 2루 수비와 하위타순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산 강승호가 내야 뜬공을 처리한 후 양석환의 격려를 받고 있다. /OSEN DB


양석환은 2018시즌을 마치고 군 입대, 지난해 8월 LG에 복귀했다. 올 시즌 심기일전 준비하던 중 3월말 두산으로 트레이드됐다. LG는 두산의 함덕주, 채지선을 데려오고 양석환, 남호를 내주는 2대2 트레이드를 했다.

결과는 두산의 트레이드 대박이었다. 양석환은 두산에서 붙박이 1루수로 기회를 받으며 133경기 타율 2할7푼3리 28홈런 96타점 OPS .827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재환과 함께 중심타선에서 든든했다. LG에서 백업 내야수 처지였으나 두산에선 오재일(삼성)이 FA 이적하면서 구멍난 1루수를 기대 이상으로 메웠다.

포스트시즌 도중 양석환은 “지난해 (LG에서) 가을야구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다. 이 정도로 신임을 못 얻었나 싶었다”며 “내가 두산 유니폼을 입고 가을야구를 하리라고는 점쟁이도 못 맞혔을 것이다”고 자신의 극적인 야구 인생을 말하며 웃었다.

양석환은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32타수 7안타, 타율 2할1푼9리 6타점으로 중심타자로선 부진한 편이다. 장타력이 있어 KT와 한국시리즈를 기대하고 있다.

강승호는 LG를 떠난 뒤 4년 동안 2차례 한국시리즈를 뛰게 됐다. 양석환은 트레이드되자마자 생애 첫 한국시리즈 진출의 인생 역전을 경험하게 됐다.

한편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패해 준우승을 차지한 이후로 19년째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르지도 못하고 있다. 2013년, 2014년, 2016년 플레이오프까지 올라갔고, 2019~2021년 3년 연속 준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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