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주입된 '악바리' 근성, 타율 2할대 보상선수까지 바꿨다
2021.11.12 11:19:34

 

[OSEN=잠실, 이대선 기자]4회말 1사 2,3루에서 두산 강승호가 좌전 2타점 적시 2루타를 치고 환호하고 있다. 2021.11.10 /sunday@osen.co.kr



[OSEN=이후광 기자] 타율 2할대 보상선수에서 가을 사나이로 변신한 두산 내야수 강승호. 그의 반등에는 현역 시절 악바리로 불린 이정훈 타격코치의 족집게 조언이 있었다.

강승호는 시즌에 앞서 SSG로 향한 최주환의 FA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다. 지명 당시 음주운전으로 받은 KBO 90경기 출전정지 징계가 26경기 남아있었지만 두산은 복귀 후 한 달의 공백을 감수하고 영입을 결정했다. 그만큼 그를 향한 기대가 남달랐다. 김태형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부터 일찌감치 강승호를 주전 2루수로 낙점했다.

복귀전은 화려했다. 징계로 인해 4월 한 달간 퓨처스리그도 뛰지 못했지만 5월 6일 LG전에 선발 출전해 첫 타석부터 앤드류 수아레즈의 초구에 좌중월 대형 솔로홈런을 터트렸다. 그러나 임팩트는 그게 전부였다. 시즌 타율이 줄곧 2할대 초반에 머물렀고, 결국 두산 첫 시즌을 113경기 타율 2할3푼9리 7홈런 37타점의 실망스러운 성적으로 마무리했다.

그랬던 강승호가 가을이 되자 완전히 다른 타자로 바뀌었다. 시즌 마지막 10경기서 타율 3할6푼7리로 감을 끌어올린 그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타율 3할7푼5리 2타점으로 기세를 이은 뒤 준플레이오프 2차전 멀티히트에 이어 플레이오프서 타율 6할2푼5리 4타점 맹타를 휘둘렀다. 10일 2차전에서는 3안타-2타점 활약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 정규시즌 부진을 딛고 KBO 최초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의 주역으로 거듭난 그였다.

 

[OSEN=잠실, 이대선 기자] 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포스트시즌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준플레이오프(준PO) 2차전이 열릴 예정이다.경기에 앞서 두산 이정훈 코치가 양석환을 지도하고 있다. 2021.11.05 /sunday@osen.co.kr



대체 무엇이 달라진 것일까. 강승호는 과거 천안북일고 시절 은사였던 이정훈 타격코치의 세심한 지도를 언급했다. 그는 “타석에 들어가기 전 이정훈 코치님이 상대 투수가 어떤 유형의 투수인지 한마디 해주시는 게 큰 도움이 된다”며 “고교시절 감독님이라 나에 대해 잘 아신다. 열정이 대단하신데 우리도 그 열정을 따라가려고 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1987년 빙그레에서 데뷔해 1997년 OB에서 은퇴한 이정훈 코치는 현역 시절 몸을 사리지 않는 독한 플레이를 펼치며 ‘악바리’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 결과 1987년 신인왕, 1991년과 1992년 두 시즌 연속 타격왕을 거머쥐었다.

이 코치는 지난 8월부터 특유의 악바리 근성을 두산 1군 선수들에게 주입하고 있다. 두산은 당시 오랫동안 1군 타격을 담당한 이도형 코치를 대신해 2군에 있던 이 코치를 콜업했는데 전반기와 비교해 확실히 두산 특유의 끈기 및 집념이 살아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팀 타격 반등은 후반기 두산의 가을 미라클을 이끈 핵심 요인이었다.

이 코치의 세심한 지도 속 두산의 가을 사나이로 재탄생한 강승호는 오는 14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정규시즌 챔피언 KT 위즈와 대망의 한국시리즈 1차전을 치른다. 그는 “KT는 선발이 좋은 팀이다. 잘 준비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과거 가을에서 두산 상대로 홈런 친 기억이 있는데 이제 두산에서 홈런을 한 번 쳐보고 싶다”는 남다른 포부를 밝혔다. /backlight@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