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군 타이틀' 향한 탐욕, 리그 신의 뒤흔들 만큼 소중했나?
2021.10.20 22:29:12

롯데 2군 구장인 김해 상동구장 /OSEN DB


[OSEN=조형래 기자] 타이틀 하나를 향한 탐욕이 리그 전체를 향한 신의, 그리고 상호 간의 상도의까지 뒤흔들었다.

최근 2군 타격왕이라는 타이틀 하나 때문에 논란들이 불거졌다. 최초에는 특정 경기에서 한 선수의 타격왕 타이틀 획득을 위해 밀어주기 논란이 불거졌는데, 이후 사안을 들여다 보니 당시 타격왕 타이틀 경쟁 중이던 한 선수의 부정 청탁 의혹으로 사건의 논점이 변경됐다.

‘특정 경기’의 당사자였던 국군체육부대(상무) 야구단과 KIA 타이거즈 구단, 타격왕 타이틀 밀어주기 의혹을 받았던 상무 내야수 서호철(원 소속 NC)은 뜻하지 않게 오해와 의혹의 시선을 받았다. 상무 선수의 타이틀 획득을 위해 수비 위치를 이동시켜 달라는 청탁을 받고 타격왕 밀어주기를 했다는 게 의혹의 요지였다. 그러나 당시 서호철은 지난 8~9일 경기에서 수비진의 시프트를 보고 2개의 안타를 만들었지만 당사자, 그리고 상무와 KIA 모두, 이것이 밀어주기와는 거리가 전혀 멀었다고 적극적으로 항변했다. 정작 서호철의 타격왕은 번트가 아니라 9일 경기 6회 3번째 타석에서 터진 2루타로 만들어졌다. 

소속 선수들의 상무 입대를 위해서는 상무 감독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청탁을 거부할 수 없었다는 게 의혹 제기의 근간이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논리도 곧장 논파됐다. 상무 선수 선발 권한은 별도의 선발위원회를 통해서 1,2군 성적을 근거로 1차 인적성검사, 2차 체력 테스트를 통해서 선수를 선발한다. 야구 뿐만 아니라 상무의 모든 종목들이 같은 절차를 통해서 진행된다. 과거처럼 더 이상 선수 선발에 감독의 입김이 작용할 수 없다. 상무의 부탁이 있다고 하더라도 KIA가 굳이 들어줄 필요가 없는 이유다.

이러한 의혹이 제기된 뒤에는 서호철과 타격왕 경쟁을 펼치던 롯데 A 선수가 일련의 상황에 대한 의문을 갖고 KIA의 포수에게 ‘안타를 맞지 말아달라’는 청탁 메시지를 보낸 사실까지 알려졌다. KIA 구단은 조사를 담당하는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조사 자료로 전달했다. 롯데 구단은 해당 선수를 조사한 결과 “해당 문자를 보낸 것을 확인했다. 잘못한 부분이다”라고 사실을 인지했다.

이 문자에 대해 야구계 관계자는 “농담으로도 저런 메시지를 해서는 안된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뉘앙스의 차이와는 별개로 해당 메시지 자체가 부정 청탁을 넘어 경기 조작으로도 비춰질 수 있었기 때문. 올해 승부조작을 제안한 혐의로 135승 레전드 투수 윤성환이 실형을 선고 받았고 지난 2016년 이태양(전 NC), 2011년 박현준(전 LG)의 승부조작 악령이 리그를 파멸로 몰고 갈 뻔한 시기도 있었다.

물론 금전이 오간 것은 아니지만 해서는 안될, 해서도 안될 메시지를 보내서 부정 청탁 의혹으로 번졌다. 현재로서는 롯데 A 선수의 문자가 청탁 혐의로 이어질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긁어 부스럼’을 만들 오해의 여지를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다.


OSEN DB


귀중하지 않은 타이틀은 없다. 1군이든 2군이든 모두에게 소중하게 다가올 수 있다. 2군 타격왕은 KBO 공식 시상 부문으로 지정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런데 이 타이틀이 리그 구성원 모두를 향한 신의, 그리고 구성원들 사이의 상도의까지 져버리면서까지 탐욕을 부릴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의문이다. 자신의 이름을 어떻게든 널리 알리고 타이틀 수상을 선수 커리어의 자랑거리로 만들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탐욕은 결국 스스로 한계를 2군 수준으로 정해 놓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군 타격왕을 차지하지 못했다면 이를 자양분 삼아 더 높은 곳에서의 목표가 생겨야 하는 것이 '정상적인' 선수의 사고방식이다.

2군 타이틀 목표 하나만을 좇다가 선수 커리어 전체가 꼬여버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롯데 구단에서도 올해 A 선수에 대해 많은 기대를 했다. 그러나 이번 사안으로 이러한 선수를 왜 기대했고 기회를 주려고 했는지 회의감이 들 수도 있는 사안이다. 그리고 A 선수 문제에 대한 책임까지 떠앉게 됐다.

무엇보다 해당 선수는 ‘타이틀 밀어주기’ 의혹을 제기하면서 스스로는 ‘청탁’을 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롯데 A 선수 스스로가 가진 의혹인지, 아니면 주위에서 소위 ‘헛된 바람’을 불어넣어 타이틀에 눈이 멀게 된 상황인지도 확실하게 조사를 해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의혹으로 리그 전체를 ‘부정한 리그’로 호도한 이유 역시도 파헤쳐서 더 이상 같은 '흔들기'가 나와서는 안된다는 점을 이번 기회에 확실하게 주지 시킬 필요가 있다.  

만약 정말로 '타격왕 밀어주기'를 했다는 의혹에 더해 물증이 있다면 이를 제출하고 조사를 하면 간단하게 해결이 될 문제다. 하지만 아직까지 KBO에 제출된 증거 자체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억울하게 타격왕 밀어주기의 당사자로 몰리기도 했던 KIA는 억울함을 호소하면서 해당 사안을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KBO리그는 더 이상 과거와 같이 부정한 방법이 쉽게 통하는 리그가 아니다. 여러 풍파를 겪으면서 감시 감독 기능은 강화가 됐고, 부정 행위에 대한 경각심은 높아졌다. 확인되지도 않은 루머, 의혹만으로 리그를 위기로 빠뜨릴 뻔 했다. KBO는 해당 사안을 조사위원회를 꾸려서 면밀하게 조사를 하려고 한다. 사안 자체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고 조사를 진행하려고 한다. /jh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