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알갱이도 민감’ 오재원, 시프트 위치도 볼카운트별로 달라진다
2020.05.29 16:31:37

 

[OSEN=잠실, 한용섭 기자] 1회 최정 타석 때 오재원의 볼카운트별 시프트 위치. 왼쪽은 2B2S, 오른쪽은 3B2S 상황. 풀카운트에서는 외야쪽으로 나가 있다. /orange@osen.co.kr



[OSEN=잠실, 한용섭 기자] 두산 오재원의 2루 수비는 KBO리그에서 손꼽힌다.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호불호는 있지만 수비 실력과 센스 만큼은 이견이 없다. 

27일 잠실 SK-두산전. 1회 2사 후 최정이 타석에 들어서자, 두산 수비진은 수비 시프트를 했다. 잡아당기는 타구가 많은 최정을 고려해 유격수 김재호는 2루와 3루 중간에 위치, 2루수 오재원은 2루 베이스 옆까지 옮겼다. 1~2루 사이 공간은 널찍했다. 

그런데 2B 1S까지 2루 베이스쪽에 있던 오재원은 2B 2S가 되자 2루 베이스에서 약간 떨어지면서 잔디와 흙 경계선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어 풀카운트가 되자 오재원은 외야 잔디쪽으로 물러났다. 최정의 볼카운트별 타구 방향을 고려했는지는 모르지만, 볼카운트에 따라 수비 위치가 달라지는 오재원의 디테일한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지난 26일 SK-두산전, 오재원은 6회 1사 만루의 전진 수비 상황에서 땅볼 타구를 잡아서 기민한 병살 플레이를 했다. 재빨리 1루주자를 태그 시도하면서 1루로 몰았고 1루베이스를 밟아 타자를 아웃시켰다. 이후 1루주자가 3피트 아웃으로 선언되지 않은 것을 깨닫고는 다시 태그 아웃시키는 민첩함을 보였다. 오재원은 “3피트 아웃으로 알았는데 심판은 아니라고 했다”고 말했다. 

 

[OSEN=잠실, 지형준 기자]6회초 1사 만루에서 두산 오재원이 최준우의 2루땅볼에 1루주자 정의윤과 최준우를 아웃처리하며 더블아웃을 완성하고 있다. 오재원이 1루심에 정의윤 쓰리피트 아웃을 어필하고 있다. /jpnews@osen.co.kr



27일 경기 전, 오재원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수비와 관련된 디테일한 내용을 언급했다. 불규칙 바운드 타구를 얘기하다가 그라운드 흙에 뿌리는 컨디셔너(보조재) 이야기를 꺼냈다. 

오재원은 “지난해부터 그라운드에 컨디셔너를 많이 뿌려서인지 타구 속도의 느낌이 다르다. 우리 팀 뿐만 아니라 다른 팀을 봐도 놓칠 만한 타구가 아닌데 잡지 못하는 경우를 본다”며 “컨디셔너는 (습기를 머금어) 타구 속도를 완화시키는데, 이게 자갈을 잘게 부순 느낌이다. 알갱이 모서리에 타구가 맞으면 튀면서 불규칙 바운드가 된다. 그럴 때는 실력이 아닌 운에 기대야 한다. 수비하다가 ‘제발 튀지 마라’고 속으로 얘기할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컨디셔너는 메이저리그에서 사용되는데, 국내 구단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사용하는 흙을 수입하면서 함께 사용하고 있다. 흙의 습도를 조절해 바운드가 균일하게 튀게 해준다.

오재원은 “지난해부터 컨디셔너가 많아진 느낌이다. 그라운드 상태가 좋으면 스파이크 징 자국만 남아야 하는데 모래사장처럼 퍼진다. 그런 곳에 타구가 맞으면 불규칙 바운드가 된다. 실책들을 보면 어려운 바운드가 많더라. 대시나 뒤로 물러나기도 힘들다”며 “인조잔디인 고척구장도 컨디셔너를 뿌리더라. 잠실구장은 LG 선수들과도 이야기해서 컨디셔너를 좀 빼달라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컨디셔너가 많아서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해 수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두산 구단에 따르면, 지난 25일 잠실구장 관리사업소에서 컨디셔너 양을 조절하고 드래그와 롤링 작업으로 컨디셔너가 뭉치지 않고 골고루 깔리는 작업을 했다고 한다. 오재원의 건의로 그라운드 컨디션 개선 작업이 이뤄진 것이다. 오재원의 남다를 수비 실력은 평범하게 이뤄진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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