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책으로 큰 오지환, "수비는 내가 최고라는 자신감으로"
2020.05.29 12:05:20

 

[OSEN=대전, 김성락 기자] LG 오지환이 미소짓고 있다./ksl0919@osen.co.kr



[OSEN=대전, 이상학 기자] 현재 KBO리그 최고 유격수 수비를 자랑하는 오지환(30)이지만 한 때 실책의 대명사였던 시절이 있었다. 첫 풀타임 시즌이었던 지난 2010년, 당시 만 20세의 유격수 오지환은 리그 최다 27실책을 저질렀다. 치명적인 실책이 많아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에서 ‘오지배’라는 별명이 따라붙기도 했다. 

하지만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오지환은 자타공인 최고 수비력의 유격수로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부터 눈에 띄게 안정감이 상승했고, 이제는 여유와 부드러움이 느껴진다. 투수 타일러 윌슨은 “오지환은 내가 생각하는 KBO 최고 수비수다. 수비로 경기를 바꿀 수 있는 선수다. 오지환이 있어 나도 편하게 던질 수 있다”고 고마워했다. 

오지환은 “유격수는 실수가 적어야 하는 자리라 조금 더 완벽하게 아웃을 잡으려 한다. 류중일 감독님과 유지현 수석코치님 모두 유격수 출신이라 요구하시는 것이 더 많다”며 웃은 뒤 “그동안 실책을 많이 해서 그런지 수비에서 더 완벽한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그런 실수를 하면서 얻은 경험을 무시 못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완벽을 기하기 위해 평범한 타구라도 마지막 바운드까지 눈을 떼지 않고 집중한다. 고척돔을 제외한 모든 1군 야구장 그라운드는 천연잔디로 되어있다. 불규칙 바운드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오지환은 “대부분 구장이 천연잔디라서 바운드가 정상적으로 딱딱 온다는 보장이 없다. 항상 바운드가 어떻게 튈지 생각하면서 준비한다”고 말했다.

 

[OSEN=잠실, 곽영래 기자] LG 오지환이 SK 정현의 타구를 잡기위해 몸을 날리고 있다. /youngrae@osen.co.kr

 

이런 오지환의 완벽주의는 자신감이 만든다. 스스로에게 ‘최고’라는 주문을 하며 자신감을 키운다. 오지환은 “(김)하성이나 (김)재호 형처럼 리그에 수비 잘하는 유격수가 많지만 ‘내가 제일 잘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자부심이라기보다 자신감을 갖기 위해 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제는 상대 타자들의 특성에 따라 어떻게 타구 바운드를 맞추고 스텝을 밟아 송구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그린다. 오지환은 “타자마다 어디에 있으면 타구가 온다는 확신이 있다”고 했다. 프로 12년차의 경험이다. 후배 내야수들이 실수를 하면 “다른 사람은 이해 못해도 난 이해한다. 내가 너보다 많이 했다. 너무 자괴감에 빠지지 말라”는 조언도 건넨다. 누구보다 실책을 많이 했었던 오지환의 경험담은 후배들에게도 큰 힘이 된다. 

이처럼 수비에 있어 흠 잡을 데 없는 오지환이지만 시즌 초반 1할대 타율에 그친 방망이가 아쉬웠다. 하지만 지난 27일 대전 한화전에서 연타석 홈런 포함 3안타 3타점 맹타로 침묵을 깼고, 28일 한화전에도 1타점 2루타를 터뜨리며 반등을 예고했다. 시즌 타율은 2할1푼2리로 올랐다. 

오지환은 “타격도 많이 보고 배우려 하지만 수비처럼 되지 않는다. 팀에도 미안한 마음이다”며 “타격 스트레스가 있지만 다행히 우리 팀에 잘 치는 타자가 많고, 팀 성적도 좋아 밝게 하고 있다. 타율 앞자리가 (1할대에서 2할대로) 바뀌었으니 이제는 중간 자리가 바뀔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다짐했다. /waw@osen.co.kr

[OSEN=잠실,박준형 기자]5회초 이닝종료 후 LG 선발투수 윌슨이 호수비 펼친 오지환을 맞이하며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 soul1014@osen.co.kr